기술을 만들던 그곳이, 이제 AI 시대를 움직이는 새로운 세력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습니다.
오늘 뉴스레터에서는
경희대 미래문명원 안병진 교수님의 스탠포드 방문기를 통해 '복고적 기술주의'라는 새로운 흐름의 부상과
우리가 미리 읽어내야만 하는 시대의 신호를 들여다봅니다 :)
#AI와기술
📍앤트로픽, 최강 AI '미토스' 공개 - 성능 너무 뛰어나 일반 공개는 보류
앤트로픽이 차세대 최상위 AI 모델 '클로드 미토스(Mythos)'를 공개했지만 성능이 지나치게 높아 안전장치를 우회할 가능성이 확인되면서 일반 공개는 보류하고 일부 기업과 기관에만 제한적으로 제공하기로 했습니다. 미토스는 수십 년간 발견되지 않았던 버그를 포함해 수천 건의 보안 취약점을 찾아내며 기존 보안 분석 수준을 크게 넘어서는 성과를 보였습니다. 이에 앤트로픽은 '프로젝트 글래스윙'을 출범시켜 주요 빅테크 및 금융 기관과 협력하고 미토스를 활용해 소프트웨어 취약점을 선제적으로 탐지·보완한 뒤 그 결과를 공유하는 방어 중심의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다만 해당 기술이 악용될 경우 사이버 공격의 진입 장벽을 낮출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AI와산업
📍에너지 쇼크에 흔들린 AI - 中은 해저 데이터센터로 돌파
이란전쟁 이후 국제 유가와 LNG 가격이 급등하면서 인공지능 데이터센터(AIDC) 운영 비용이 크게 증가하고 그 영향이 AI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전기요금 상승과 공급망 불안이 겹치며 AI 기업들의 생산성과 투자 계획에 부담이 커지며, 주요 빅테크 기업들의 주가와 기업가치도 하락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또한 데이터센터의 전력·물·토지 등 물리적 제약과 지역사회 반발까지 겹쳐 일부 기업들은 투자 계획을 축소하거나 연기하고 있으며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헬륨 공급 차질로 비용 압박도 심화되고 있습니다. 한편 중국은 해저 데이터센터 구축을 통해 자연 해수 냉각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인프라를 확장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AI와거버넌스
📍초지능 AI가 바꾸는 경제 질서 - 샘 알트먼, 美 선제 대응 촉구
샘 알트먼 오픈AI CEO가 "초지능급 인공지능이 이미 경제 전반에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며 미국의 선제적 대응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그는 "AI가 생산성과 과학적 발견을 혁신하는 동시에 사이버보안과 생물학 분야에서 새로운 위험을 키울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특히 AI가 취약점 분석과 공격의 진입장벽을 낮추며 대규모 사이버 위협을 촉발할 수 있고, 생물학 영역에서는 테러 조직 등이 신종 병원체 개발에 악용할 가능성도 제기했습니다. 아울러 AI가 전기처럼 보편적 인프라로 자리 잡는 동시에 클라우드 기반 개인 '슈퍼 어시스턴트' 형태로 확산되며 사용량에 따라 월 요금이 달라지는 구조와 고성능 시스템 중심의 비용 양극화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나의 스탠포드 방문기 - 복고적 기술주의 부상의 시대
by 안병진 (경희대 미래문명원 교수)
지금 한국에서는 기이한 두 가지 사조가 존재한다. 하나는 마치 트럼프의 그린란드 공략과 이란 침공 등을 거창한 국가 전략하에 진행되는 체계적인 포석으로 간주하는 커다란 오해이다. 그저 극단적 나르시즘과 충동적 본능으로 행동하는 트럼프를 미국 국익의 에이전트로 격상시키고 그에게 이용당하는 유용한 바보들(과거 레닌의 표현-useful idiot)이다. 다른 하나의 사조는 트럼프 주변의 빅테크들의 압도적 기술주의 힘에 매혹되어 그 그림자를 동시에 보지 못하면서 그들에게 이용당하는 또 다른 유용한 바보들이다.
전자의 트럼프에 대한 오해에 대해서 나는 2016년부터 지금까지 수없이 방송 등에서 문제를 제기해 왔다. 차라리 트럼프를 배트맨 영화의 조커나 혹은 뉴욕 마피아인 고티 보스에 비유해서 이해해야 그의 행보를 더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고 주장 했는데 최근에는 후쿠야마 등 미국 지성들 일부도 필자와 비슷한 소리를 한다. 후자의 빅테크에 대한 오해에 대해서는 향후 단행본 분량으로 책을 내려고 한다. 이를 위한 필드 리서치 차원에서 나는 연구년 기간을 활용하여 스탠포드 대학의 한 연구소(윌터 소렌스틴 아시아태평양 연구소: APARC)에 방문학자로 잠시 다녀왔다.
거의 매일 열렸던 다양한 세미나 중 가장 나의 관심을 끈 일정은 작년 10월 22일 열린 국가안보와 기술 연례 컨퍼런스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흥미로운 순간은 특별 대담 손님으로 온 마크 애스퍼 전 국방장관이 참석자에게 질문을 던졌을 때이다. 에스퍼 장관은 국방장관 시절 트럼프와도 필요하면 각을 세우면서 대중 견제를 위한 강한 미국 및 국방부의 혁신을 강조한 인물이다. 에스퍼는 여기 청중 중에 벤처 기업가분들 계시면 손 들어 보세요라고 질문했다. 내가 주변을 돌아보니 많은 이들이 손을 들었다. 애스퍼 장관은 다시 질문했다. 그럼 그 중에서 몇년 전에도 이 컨퍼런스에 오신 적 있는 분들 다시 손들어 보세요. 잠시 침묵이 흐르기 시작했다. 애스퍼 장관은 예상했다는 듯이 씩 웃었다.
이 에피소드는 오늘날 실리콘밸리의 변화된 자화상을 잘 보여준다. 실제로 2021년에서 2024년 사이에 벤처 자본들은 군사 기술을 개발하는 기업에 거의 180조(180 Billion)를 쏟아부었다. 마이클 스타인버그는 이러한 새로운 현상을 가리켜 실리콘 밸리의 일부 영역이 애국적 자본(Patriotic Capital)으로 선회하였다고 부른다(Michael Steinberger 2025, 266). 이 애국적 분위기는 현장에서 하루종일 꺼지지 않고 계속 달아올랐다. 그래서인지 마치 과거 스티브 잡스의 아이폰 출시 발표회에 온 기분마저 들었다.
청중들은 예고 없이 마크 앤드리센이 무대에 등장하자 열광의 도가니로 바뀌었다. 앤드리센은 페이팔 마피아의 일원으로 과거 넷스케이프 브라우저의 창업자이다. 그는 한때 실리콘 밸리의 자유주의 분위기를 상징하는 인물에서 오늘날은 트럼프의 열렬한 지지자로 바뀌었다. 앤드레센은 결코 예외가 아니다. 몇년 전까지만 해도 사악해지지 말자라는 모토를 내건 구글에서 국방부와의 협력을 놓고 큰 진통이 일어났던 실리콘 밸리이다. 하지만 이 국가안보와 기술 컨퍼런스에 참석한 수많은 벤처 자본가들은 마치 공화당 전당대회인양 트럼프 지지자인 앤드레센과 트럼프 행정부에서 복무한 애스펜 전 국방장관의 등장과 애국주의적 연설에 열광했다. 마치 난 2차 대전 기간 독일 나찌즘과 미국의 실존적 운명을 걸고 기술 레이스에 뛰어든 실리콘밸리로 타임머쉰을 타고 온 기분이다. 내가 지금 제 2의 스티브 잡스 등장 대신에 과거의 캡틴 아메리카를 21세기 현실에서 보고 있다니. 도대체 그간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오늘날 실리콘 밸리의 새 아이콘이 되어버린 알렉스 카프 팔란티어 CEO나 그를 뒷받침하는 설립자 피터 틸은애플 열풍 같은 소비주의를 미국을 부패시키는 독소라고 신랄하게 비판한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는 아예 적그리스도라고까지 낙인을 찍는다. 그리고 정색을 하고 인류는 하나가 아니라고 말한다. 그는 인류라고 할때 도대체 어떤 종족의 인류를 말하는 건지 도발한다. 그리고 코스모폴리타니즘(세계시민주의)은 헛소리이고 미국의 기독교주의와 국가주의로 실존적 위협인 중국과 싸우고 서구 문명의 위대함을 되찾자고 설교한다.
그래도 우리에겐 그간 실리콘밸리의 가장 유명한 영웅이며 자유주의 계열의 일론 머스크가 남아 있지 않은가? 글쎄, 그도 요즘 변했다. 그간 친민주당이자 자유주의 투표 성향을 보여온 그는 이제는 트럼프 지지만이 아니라 아르헨티나 밀레이에서부터 독일의 극우정당인 AFD 지지에 이르기까지 변신에서 거침이 없다. 심지어 극우성향의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의 찬사를 받으면서 자유주의 성향의 캘리포니아에서 보수주의 심장인 텍사스로 테슬라 본사도 옮겼다. 이제 머스크는 보수가 꿈꾸는 미래의 상징이자 우파의 대표 스타 반열에 올랐다.
우리가 이들이 만들어 내는 어두운 그림자를 파고들어야 하는 이유는 매일 지면을 장식하는 트럼프의 의도된 소동과 충동적 좌충우돌 뒤에서 진행되는 진짜 중요한 추세를 들여다 보기 위해서이다. 그간 수십년간 자유주의 실리콘 밸리와 워싱턴의 때로는 의도하고 때로는 자기도 모르게 권력이 사실상 빅테크에게 많이 넘어갔다. 이제 빅테크가 워싱턴에 로비하거나 선거자금을 기부하는 방식으로 정치와 동맹을 맺는 전통적 교과서 이론으로 현실을 이해하는 걸로는 불충분하다. 새 현실은 빅테크에게 워싱턴이 중요한 것보다 워싱턴(및 많은 국가들에게)에게 빅테크가 더 중요하다(Tech Coup 2025, 28).
머스크의 스타링크나 카프의 메타콘스텔레이션(AI 기반 데이터 통합 및 분석 플랫폼)이 전장의 운명을 크게 바꾸는 걸 뭐라고 불러야 할까? 우크라이나 전장의 한 장교는 이 변화를 나보다 더 정확하게 감지해 내었다. 그는 팔란티어 기업을 가리키며 마치 초강대국 같다고 말한다(Michael Steinberg 223). 그렇다. 이제 기존 주권국가 차원에서의 초강대국 정의가 바뀌어야 한다. 오늘날 미국 빅테크는 이제 과거 뉴딜이나 레이건 시대와 달리 단지 동맹세력이나 딥스테이트(정부 내 숨겨진 정부)가 아니라 초강대국이자 지구적 리바이어던 그 자체로 성장하고 있다. 근대 초기 혼돈의 시기에 토머스 홉스는 강한 권위를 가진 군주에게 권리를 위임하는 『리바이어던』을 이론화 했다. 오늘날 21세기 혼돈의 시대에 우리는 이제 홉스 책을 다시 들쳐볼 필요가 없다. 우리가 이미 홉스를 내면화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마치 언제나 그래왔다는 듯이 스마트폰을 통해 강한 권위를 가진 빅테크에게 권리를 위임하는 새로운 『리바이어던』을 써내려가고 있다. 그리고 빅테크는 21세기 군주 역할을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이 즐기고 있다.
특히 나는 이 빅테크 리바이어던 중 기존의 비정치적인 기업이 아니라 미국의 위대함을 복원하려는 복고적 기술주의 세력의 전례없는 부상에 향후 주목하려고 한다. 여기서 복고적 기술주의란 미국에 면면히 흐르는 미래에 대한 기술 만능주의 유토피아 관념과 과거 전근대(기독교 근본주의 영성이나 카스트 위계, 그리고 가부장주의 등)와 근대 가치(능력주의, 인종 민족주의, 표현의 자유 등)가 묘하게 결합된 세력을 말한다. 다원주의, 다자주의 등을 (항상은 아니었지만) 추구하며 국내외 헤게모니를 유지한 자유주의 제국은 권력과 담론 투쟁에서 당분간 패배했다. 반면에 새로 부상하는 이들이 추구하는 카스트 위계 스타일의 (백인) 인종의 민족주의, 초엘리트주의, 남성우월주의 등은 미국 건국 이후 사조에서 크게 이탈해서 비자유주의 제국으로 국내외 질서의 전환을 꿈꾼다. 비유하자면 제임스 메디슨 자유주의 얼굴의 미국이 칼 슈미트(자유주의를 반대하는 독일 사상가) 비자유주의 얼굴의 미국으로 전환을 꿈꾼다. 물론 실리콘밸리에는 아직 기존 수십년간의 자유주의 성향이 곳곳에 존재한다. 그리고 많은 기업들은 그저 트럼프의 저격과 조공 요구 대상에서 벗어나기위해 침묵하거나 트럼프를 좋아하는 척 한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실리콘밸리와 워싱턴에서 영향력이 큰 거물들 중에 이 복고적 기술주의 흐름이 부상한다는 점이다. 이제 미국 정치 개론 교과서에 칼 슈미트와 빅테크가 한 챕터로 등장해야 한다.
이들 복고적 빅테크들이 동원하는 다양한 사상 흐름들은 최근 미국의 극단적 우파들 사이에서 이론적 뒷받침을 하고 있는 스타 이론가들인 패트릭 드닌이나 요람 하조니(기독교 인종 민족주의)과 커티스 야빈(신반동주의인 초엘리트주의) 등과도 많은 부분에서 공명하고 서로 서로 배우는 상황이다. 예를 들어 야빈이 민주주의 효능감에 대해 극도로 회의하고 CEO가 통치하는 체제를 주장하는 담론에 대해 틸이나 밴스는 공감을 표하고 있다.
만약 다가오는 11월 중간 선거(정상적으로 진행된다면 말이다)에서 트럼프가 패배하고 나면 정국은 엡스틴 파일 등 트럼프의 각종 비행에 대한 조사 정국 및 28년 대선 정국으로 바뀌어 나간다. 이제 트럼프와의 싸움보다 더 중요한 대결이 다가온다. 즉 지구적 리바이어던으로 부상한 복고적 기술주의자들의 부상은 잠시 (그러나 큰 부작용을 남기며) 왔다가는 트럼프 현상과는 차원이 다른 힘든 싸움이 될 것이다. 앞으로 전 세계는 기술과 행성과 인간의 공존 패러다임 대 (복고적) 빅테크 기술주의 패러다임의 대결이 기다리고 있다. 우리는 이에 대해 미리 본격 준비해야한다. 이미 그 미래 전투는 우리 앞에 산재해 있다.